이렇게까지 내 취향에 부합할 수 있다고?... 근데 용두사미라는 소리는 저얼대 아니지만 엔딩은 쫌 아쉬웠음. 해피보다는 파멸적인 쪽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
남주가 여주한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여주는 이 상처로 인해 남주에게 무심하게 구는 뻔한 전개를 너무 좋아하는데 작가님이 내 취향에 완벽에 가깝게 써주셨다. 여운이가 너무 빨리 용서했다는 게 아쉽긴 한데 ㅠㅠ 굳이 용서할 필요가 있었을까? 100% 배드 또는 메리배드로 끝났으면 카타르시스 오졌을 듯 ㅠㅠ 심지어 여운이의 죽음으로 마감했다면 절대 못 잊는 작품까지도 됐을 것 같음. 근데 또 여운이가 죽자니, 치열한 인생사를 고고하게 잘 버텨낸 존재여서 이건 이거대로 안 됨...
우선 여주가 교도소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게 나에게는 천운이었음. 이 흔하지 않은 설정... 진부하지 않은 초입... 메마르고 건조한 묘사까지 최고. 여운이의 버석함이 너무 잘 느껴지니까 이게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했음.
발걸음이 향할 수 있는 모든 곳 중 '네 곁'은 추호도 없다는 단호함. 개인적으로는 장이석 얼굴이 황망해졌다는 묘사도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대로 그림체 상상해가며 읽는데, 단순히 표정이 일그러지는 듯한 것보다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대충 이런 모습 연상함 (쓰고 보니까 그뭔씹 같기도 ㅎ)
하...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여운이가 용서해주면 안 됐다... 대체 왜 용서당한 걸까
일정 부분까지는 장이석은 그야말로 여운이에게 無의 존재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하듯이 장이석이 무슨 말을 하든 절대 여운이 마음속에서 파동을 일으키지 못함. 근데 결말이 해피인 이상... 결국에는 여운이가 차츰 반응도 하고, 마음도 열어가고... 그런다.
장이석이 평생 여운이 곁에서 빙빙 맴돌기만 했음 싶었다. 개인적인 취향의 이유도 있지만 그냥... 너무 괘씸하잖아...ㅠㅠㅠ
장이석 이 *새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권 발췌 저장하려고 독서노트 눌렀는데 이것밖에 없어서 존나 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 2권에서는 둘 사이의 냉기가 점점 뜨뜻해지면서 내 취향에서 멀어지기 때문... 그래도 당시의 내가 이건 도저히 형광펜을 안 칠할 수가 없었나 보다. 이 파트 보면서 작가님이 짧은 분량 내에서 참 많은 걸 풀어내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나저러나 외전 두 편까지도 다 봤는데 외전은 뭐... 완전한 쌍방이 되어 서로 알콩달콩 지내는 이야기다. 나는 아직까지도 절망으로 범벅된 엔딩에 미련이 존나 남긴 하지만... 이런 생각이 미안할 정도로 너무 고군분투하며 살아남은 여주가 여운이다. 그러니까 어쨌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