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따라간 미국에서 그 어느 곳에도 섞이지 못하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 션 스티븐스. 션의 깊은 수렁 같은 자기혐오와 트라우마가 꽤 오랫동안 아주 폭력적으로 나타난다. 션이 본인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한 모습과 환경을 가진 스윗금발벽안남 맥신을 바라볼 때의 그 요동치는 심리가 너무 좋았다. 동경하지만 싫고, 싫지만 맥신이 눈부시고, 눈부시지만 다 가진 게 아니꼽고... 체구 있고 욕 잘하고 폭력적이고 여자들과 문란하게 노는 션은 마치 툭 치면 쓰러지고 쥐면 으스러질 것 같은 존재 같았다. 그래서 맥신도 단순히 션을 좋아하는 그 마음을 넘어서 션을 포기 못한 거 아닐까... 1권 마지막에서는 머리 한 대 맞은 느낌이었음... 리디 작품 소개에서 봤던 문장이 그 장면에서 그렇게 나올 줄이야... 심지어 약에 손 대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존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점까지.
과격한 자기방어 기제로 내면을 꽁꽁 숨기다가 결국 가장 두려워하던 걸 마주함으로써 그대로 툭 무너져버렸을 때 (물론 맛있긴 했지만...) 존나 안타까웠다. 맥신은 아스팔트 위에서 울던 션을 무시한 것만으로도 유죄임. 물론 나중에는 다 망가진 션을 다시 사람 구실할 수 있게 뚝딱 고쳐주긴 하지만... 그리고 둘이 재회한 후로 맥신이 션 정병 다시 도지진 않을지 존나 눈치 보는 거 좋았음 ㅎ... 나는 어디서든 알파메일 담당할 공이 수 감정기복에 초조하게 구는 게 참 꼴릿하고 그렇다... 수를 너무 좋아해서 급식 때부터 션이랑 잤던 여자들만 건드려서 똑같이 자는 것돜ㅋㅋㅋ 그냥 나 너 존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될 것을... 맥신 여동생의 둘이 진작에 한 번만 잤어도 다 해결될 일이었다는 말이 딱 맞음ㅋㅋㅋㅋㅋ
이 책에서 유일한 불호는 마지막의 마지막쯤 안정적인 환경 속 션이 갑분애교남 되어버린 것?... 맥신 부르는 호칭도 좀...^^ 물론 어릴 때 잠깐을 제외하면 션은 늘 위태위태한 상황 속에서 까칠한 모습으로 자기를 지키려고 했으니까 드디어 이제야 온전히 사랑받으면서 본연의 모습이 깨어났다고 생각해도 되긴 하는데 어쨌든 나는 캐붕으로 느껴졌고... 결국 선호하는 캐릭터 차이일 테니까 그냥 내가 이런 캐릭터를 싫어하는 게 큰 듯. 어쨌든 결론은 너무 재밌게 봤음...
걍 여기서부터 존나 꼴렸던 것임
아빠가 보면 화내겠지.
이 문장이 좀 꽂혔던 게... 물론 내가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해가며 읽는 탓도 있긴 하지만, 무려 여자랑 자려다가 실패하고 냅다 욕조 바닥에 늘어지게 누운 채로 담배나 펴대는 놈이 아빠가 화내는 건 걱정된다? 단박에 션의 너무 많은 걸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음.
굴절분노 레전드
이때 션이 진심으로 비통해하는 것 같아서 슬펐으뮤ㅠㅠ
후반부에 나오는 인물이 열심히 션 엄마의 모성애를 대신 해명해가며 강조해주긴 하지만... 글쎄다...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약에 손 대는 건 알았고 그래서 이 작품을 더 보고자 한 것도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약 시작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음. 자기혐오로 시작해서 결국 스스로 파괴적인 모습 보이는 수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날의 션은 신이 너무나도 내다버려서 ㅅㅂ...
그걸 잊으면 싸패지 ㅠㅠㅠㅠㅠㅠ
이제 전개상으로는 더 나올 것도 없고, 폭풍 지나간 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고히 한 확신의 커플만 남아서 그런지 좀 삼삼하게 엔딩 난 느낌이지만 그래도 저 묘사가 바로 상상으로 이어지더라. 사실 상상이라는 게 존나 제멋대로 하는 거긴 하지만 나는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이 그려져서... 여운 남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