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존중 영역 일단 샀으면 다 읽자

이공일수인데 공 둘 다 집착공광공싸패공이고 메인공이 너무 명확함. 피폐물 찾다가 봤는데 옛~날 성인동 시절 글 느낌도 좀 나고ㅋㅋ 글이 디테일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필력 자체는 굉장히 좋으신 것 같다. 간간이 의아한 부분은 있어도 결국 술술 잘 읽혀서 다 읽긴 했음.
 
일단 엔딩은 미친 듯이 내 취향. 나한테 피폐물의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쌍방향이 아닌 수의 체념...! 박재현이 공을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닌데, 이미 홀로 제 기능을 하기엔 너무 늦어서 필수불가결하게 체념하고 애증의 상태로 남는 게 좋았다.
 
박재현이 공(들)한테 잘못 걸려서 인생 조졌다지만, 내 생각에는 굳이 얘네들 아니었어도 엄마 때문에 순탄하게 살아가진 못했을 것 같다. 뭐... 물론 얘네 아니었으면 윤간도 안 당하고, 자살시도도 안 하고, 몸에 공 이름도 안 새겨지고, 20대를 훌쩍 넘겨서까지도 그 악연을 못 끊지도 않긴 했겠지만... 
 
사실 공들의 감정선이 잘 이해는 안 된다. 한 명은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저지른 행동이라는 걸 알긴 알겠는데... 어떤 흐름으로 박재현에게 그만큼의 사랑을 느낀 건지 전혀 모르겠다. 다른 한 명도 마찬가지.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음...
 
개인적으로는 급식 때보다 성인 시점이 훨씬 재밌었음. 보통은 성인일 때 절제된 듯하면서도 더 폭발하는 광기가 있는데, 얘네는 고딩 때 모든 걸 쏟아부은 듯... 20대 돼서도 여전히 삐거덕대긴 하지만 결국 재현이도 하나둘 포기하면서 공 곁에 남기는 하니까 공도 나름대로 '겉으로는' 유순하게 재현이한테 맞춰주려고 하고. 그 맞춰주는 모습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 없잖아 있다.

[박재현, 전화 왜 끊냐?]
[보는 대로 답장해.]
[어디 갈 때 말해 달라고 했잖아.]
[화난 거 아니지? 전화해, 지금.]
[재현아.]
[A동 카페에서 누구 만나는데.]
[기다려라.]
[아, 아니, 기다려 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것들이 나름 재밌음

“너는 나한테 어디 간다고 할 때 말 한마디도 안 하잖아.”

“꼭 해야 돼?”

“그래.”

“왜?”

“왜냐니, 씨발, 나는 하나하나 다 말하잖아.”

그렇대...
 

이러고 끝난 게 너무 좋아서 이 부분만 발췌